
관악산 등산을 하다 보면 발밑의 흙길보다도 문득 시선이 멀리 머무는 순간이 있습니다. 능선에 서서 산아래를 내려다볼 때가 그렇습니다. 온통 갈색과 회색으로 보이던 숲 사이에서 유독 눈에 걸리는 초록 하나가 있었는데요. 앙상한 가지 한가운데 밝게 떠 있는 겨우살이였습니다. 겨울 끝자락 산 풍경 속에서 이 초록은 작은 등불처럼 보였고, 그래서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평지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겨우살이가 산 능선이나 비탈길에서는 의외로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높은 나무 가지 중간쯤에 둥글게 뭉쳐 있는 모습이 마치 까치집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만, 가까이 보면 잎의 색감이 분명히 다르더라고요.
특히 겨울이나 초봄 산행에서 겨우살이가 잘 보이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주변 활엽수들은 이미 잎을 모두 떨군 상태라 가지 구조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겨우살이의 초록빛이 숲 전체에서 훨씬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메마른 숲에서 혼자 살아 있는 표시처럼 보였는데요. 그래서 산을 자주 걷는 분들은 겨울 산에서 이 식물을 한 번쯤 발견하게 됩니다.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의 줄기나 가지에 붙어 자라는 반기생식물입니다. 완전히 남에게 기대어 사는 식물은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잎으로 에너지를 만듭니다. 다만 물과 미네랄은 숙주 나무에게서 공급받는 방식입니다.
이 점이 꽤 흥미롭습니다. 보통 기생식물이라고 하면 전부 빼앗아 쓰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겨우살이는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해내면서, 필요한 부분만 나무에 기대어 살아갑니다. 그래서 생존 방식이 독특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겨우살이는 땅이 아니라 다른 나무의 줄기나 가지에 자리 잡습니다. 주로 참나무, 밤나무, 팽나무, 자작나무 같은 활엽수에서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잎이 푸른 이유는 엽록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과 무기물은 숙주에게서 얻지만, 빛을 받아 양분을 만드는 일은 스스로 해냅니다.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린 뒤에도 겨우살이는 푸른 잎과 열매를 유지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겨울 산이나 초봄 숲에서 발견하기 쉽습니다.
높은 가지 위에 둥글고 덩어리감 있게 뭉쳐 있어 처음에는 새집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색이 다르고 형태도 조금씩 달라 자세히 보면 구분이 됩니다.
등산길에서는 보통 정상, 조망, 운동량 같은 것에 먼저 마음이 갑니다. 그런데 능선에서 산아래를 내려다보다 겨우살이 같은 작은 생명을 발견하면 풍경이 조금 달라집니다. 크고 웅장한 산세보다도, 앙상한 가지 사이에서 혼자 빛나는 초록 하나가 더 오래 남을 때가 있습니다.
그 모습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변이 비어 있어서 더 눈에 띄었습니다. 마른 숲 한가운데서 혼자 자기 색을 지키고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사람 마음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풍성할 때보다 조금 비워진 자리에서 오히려 본모습이 보일 때가 있으니까요.
이번 관악산 산행에서는 정상의 풍경보다도, 능선 아래에서 우연히 본 겨우살이가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앙상한 가지들 사이에서 유독 빛나던 녹색은 조용했지만 분명한 존재감이 있었습니다.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에 기대어 살면서도 자기 힘으로 잎을 키우는 식물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묘하고, 더 단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산을 걷다가 비슷한 초록 덩어리가 보인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번 더 바라보셔도 좋겠습니다.
우리 몸에 좋다고 일부 사람들은 자연을 훼손하는 경우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냥 있는 그대로 두었으면 하네요.
메마른 풍경 속에서도 생명은 자기 방식으로 버티고 있는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잖아요.
오늘도 그런 작은 초록 하나 발견하는 기분으로,
차분하고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댓글 영역